[K-칼럼] 2026년 추석, 밥상머리의 문화, 차례상의 이야기
- 사설/칼럼 / 코리아 이슈저널 / 2026-09-25 09: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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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정일보 논설위원 최윤옥 |
[코리아 이슈저널 = 코리아 이슈저널]
[K- 칼럼] 칼럼리스트 최윤옥
추석은 둥근달처럼 둥실둥실 풍요롭다. 오늘날 추석문화는 어떠할가... 상인에게는 명절대목이고 서민에게는 조금은 힘겨운 명절이고 취업 준비생은 어려운 명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연휴가 이어지고, 전국 고속도로가 하루 평균 약 605만 대의 차량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귀경 행렬은 추석 당일인 25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석의 본질은 집안의 그 상, 즉 차례상에 있다. 그 상은 단순한 음식의 배열이 아니라 천 년에 걸친 농경의 시간과 농사를 위해 빛과 비와 공기를 무상으로 공급해준 하늘과 이 땅에 살게 해준 조상들께 드리는 예를 다하는 기억, 그리고 흩어진 가족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날이다.
제사상 음식의 유래는 햇곡식을 하늘과 나를 낳아준 조상에게 먼저 드리는 예를 갖추는 것이다. 차례상 음식의 출발점은 그해 새 열매 ‘새것’이다. 옛사람들은 그해 농사에서 처음 수확한 곡식과 과일을 먼저 하늘에 제를 올리고 사직(社稷)과 조상에게 올려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 이를 천신(天神)이라 했다. 새로 수확한 곡식을 종묘나 사당에 제사 지낸 뒤에야 비로소 사람이 그 맛을 보았다는 것이다. 추석 차례상은 바로 이 천신의 정신이 가장 풍성해진 형태다. 가을걷이가 끝난 시점에서, 그해의 햇곡식과 햇과일을 조상에게 먼저 올리는 일이 곧 차례인 셈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수장절(收藏節)은 한 해 동안 거둔 열매를 저장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절기이다. 3500년 전 모세 시대에는 광야에서 하나님이 내려 주신 만나를 먹었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정착한 뒤에는 농사를 지어 수확한 열매를 하나님께 드렸다.
오늘날의 수장절은 신약의 예언에 따라 추수된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 곳간, 곧 시온산에 모인 것을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절기로 설명된다. 이 내용은 요한계시록 14장 14~16절, 야고보서 1장 18절과 연결해 이해한다.
구약의 초막절·수장절이 7월 15일에 지켜졌던 것처럼, 오늘날 참 신앙인이라면 학개 2장에 언급된 하나님의 전 지대를 쌓은 날인 9월 24일을 오늘날의 수장절로 지킨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날의 수장절은 단순히 구약 절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 성취 시대에 이루어진 실상의 역사를 기념하는 절기이다. 결국 추석을 기념하여 나 자신이 하늘의 첫 열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추석명절에 차례상의 중심에는 밥과 국이 아닌 송편이 놓인다. 추석날 아침상에는 메(제삿밥)와 갱(제삿국)을 올리지 않고, 대신 그해 햅쌀로 빚은 오려송편을 올린다. 새로 수확한 쌀이라는 원료 그 자체가 제물(祭物)의 자격이라는 뜻이다.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는 송편을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 꼽았고, 멥쌀가루를 익반죽해 콩·팥·깨·밤 등을 소로 넣어 빚는 모양 자체가 보름달과 반달, 모시조개를 닮았다.
송편 빚기에는 한 가지 믿음이 따라붙는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배필을 만나고 예쁜 딸을 낳는다는 이야기다. 이는 단순한 속설이라기보다, 떡 빚는 손끝의 정성이 곧 제물에 대한 마음의 척도였다는 오래된 감각의 흔적이다. 정성 들여 빚은 떡을 조상에게 올리고,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한가위의 풍류였다.
송편은 하늘, 토란은 땅의 상징, 상 위에 담긴 우주를 본다. 차례 상의 음식들은 제각각 놓인 것 같지만,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상징의 질서 위에 서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예로부터 추석 차례상에는 송편과 토란국, 과일을 반드시 올렸는데, 송편은 하늘의 열매인 달을, 과일은 땅 위에서 나는 것으로 땅을, 토란은 땅 밑을 상징하는 열매라는 것이다. 즉 하나의 상 위에 하늘과 땅의 결실을 두루 올려 온전한 풍요를 그린 셈이다.
토란국의 위상도 만만치 않다. 토란(土卵)은 이름 그대로 ‘흙 속의 알’이다. 기름진 명절 음식이 가득한 상에서 토란국이 자리를 지킨 이유도 실용적이다. 토란은 위와 장운동을 도와 소화를 돕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과식이 예정된 명절 상에서 속을 달래준다.
다만 홍동백서(紅東白西)나 조율이시(棗栗梨柿) 같은 상차림 규칙은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고 대추·밤·배·감 순서로 차린다는 이 규칙들은 널리 알려져 있고 요즘도 실제로 따르는 관습이지만, 유교 예법의 기준서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대에 정착한 관습으로 본다. 결국 차례상의 본질은 격식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기리는 정성이며, 상차림의 규칙은 지역과 가문마다 달라 어느 하나가 옳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하늘의 이치, 곧 영적으로 볼 때, 서기동래 동성서행이라는 말을 볼 때 서쪽에서 온 복음이 동쪽에서 이루어 전해 진다고하니 동쪽 동방은 제사장의 나라요 서쪽은 이를 받아들이는 흰무리 백성이 된다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명절의 꽃은 밥상머리의 대화다. 정치. 경제, 그리고 자녀혼인, 자녀취업 등의 궁금증이 오고간다. 차례가 끝나고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머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밀도 높은 토론장이다. 사는 곳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보는 매체가 다른 사람들이 상 앞에 앉기 때문이다.
올해 그 상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국갤럽 9월 첫째 주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37%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56%로 최고치를 경신했다(sbs). 밥상머리 대화의 단골 소재는 그 지지율 그래프를 두고 벌어질 것이다. 어른들은 부동산 세제 개편과 2기 내각 인사를, 중년의 자녀들은 대입 수시 원서접수 시스템 먹통 사태와 그 뒤에 온 ‘공정’ 논란을, 젊은 세대는 조작기소 특검과 공소취소 논란, 연임 개헌 발언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대화는 취업과 결혼, 출산은 여전히 어른들이 하는 질문 1순위다. 정치가 갈리고 경제가 갈리고 세대가 갈린 시대에,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서로 다른 결론을 안고도 송편을 나눠 먹는다는 것, 가족일지라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사회적 성취일지도 모른다.
상 위의 송편이 하늘의 달을 닮았다면, 상을 둘러앉은 얼굴들은 제각각 떠 있는 별들이다. 달 하나가 별들을 하늘 아래 모아 놓듯, 우리는 하늘의 큰 태양 빛을 머금은 달과 별들이다. 명절은 이 해와 달과 별이 일 년에 한 번 원점으로 돌아와 ‘우리’라는 가족을 확인하는 날이다.
그러고 보면 차례 상에 올리는 첫 열매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잘 살았는지, 정직하게 수확했는지,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는가. 하늘과 선조께서 바라는 우리는 하늘의 별들과 같이 밤에는 아름답게 반짝거리며 낮에는 해에게서 빛을 받아들여 빛나는 착한 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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