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박해철 의원, 산재 역학조사 최장 1205일, 노동자 결과 못 보고 숨져

중앙정부 · 국회 / 홍종수 기자 / 2026-10-08 10:10:30
정부 지침 ‘180일’ 초과 100건 중 13건 조사 중 사망... 공단 “인력 부족”
▲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국회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경기 안산시병)

[코리아 이슈저널=홍종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국회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경기 안산시병)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재 역학조사 180일 초과 사건 목록’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100건 이었으며 평균 소요기간은 478.5일이었다.

고용노동부의 역학조사평가위원회 운영규정은 공단의 의뢰일로부터 180일 안에 조사 결과를 심의ㆍ의결하도록 한다. 역학조사 결과 회신이 완료된 비율은 25%(25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75%는 작업환경측정과 시료채취ㆍ분석 중이거나 결과 회신을 앞두고 있었다.

역학조사가 가장 오래 걸린 두 사건의 노동자는 모두 결과를 기다리다 사망했다. 최장 기간은 6월 말 기준 1천205일이다.
경북 포항의 59세 남성은 29년간 폴리에스터 권취 공정에서 일하며 벤젠에 노출돼 2022년 혈액암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2023년 3월 시작한 역학조사는 지난 7월에야 결과가 나왔다. 공단은 본지에 “과거 근무 사업장의 주요 공정이 해외로 이전해 현장조사 대신 문헌을 검토하느라 확인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천의 54세 남성은 1994년부터 고무사출 작업을 하며 화학증기를 흡입했다. 2023년경 비소세포폐암으로 일을 중단했고 2024년 1월 조사가 의뢰됐지만 890일 넘게 결과를 듣지 못한 채 숨졌다. 두 노동자를 포함해 100명 중 13명이 조사 중 사망했다.

연령별로는 60~80대 고령자가 73%였고, 폐암·백혈병 등 중증 암 환자는 약 55%였다. 다른 암·혈액암까지 포함하면 최소 66%였다. 역학조사가 180일을 초과한 이들 중에는 고령의 암 환자가 많아 조사가 길어질수록 결과를 받기 전 사망할 위험도 커지는 셈이다.

역학조사 필요성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17년간 급식실에서 일하며 조리흄에 노출돼 폐암을 진단받은 조리노동자의 조사는 6월 말 기준 393일째 계속됐다. 이날 기준 492일째다. 고온의 기름으로 음식을 튀길 때 발생하는 조리흄은 그동안 공단의 급식노동자 산재 승인 사건에서 폐암 발병의 주된 요인으로 꾸준히 인정돼 왔다.

공단은 역학조사 기간이 길어지는 요인으로 ‘전문의 인력 부족’을 꼽았다. “의료계 집단행동 등으로 의료인력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희귀질환의 경우 직업병 연구가 드문 점도 언급했다. 공단 관계자는 “산재 신청이 늘고 있는 질병은 다양한 업무 외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희귀질환은 직업병 연구가 드물어 그만큼 업무관련성 판단이 더 어려워지고 조사 기간도 상당히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공단측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정책토론회에서 역학조사 인력 3명 증원을 지원하고 적체되는 역학조사 등을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해철 의원은 “산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역학조사가 길어지면서 노동자가 생계 걱정까지 떠안는 현실”이라며 “역학조사 인력을 확충해 처리기간을 줄이고, 장기화하는 사건에는 산재보험 급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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