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론이 판결보다 앞서선 안 된다
- 사설/칼럼 / 코리아 이슈저널 / 2026-08-13 10: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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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천 | 가평신문 발행인
신문을 만들다 보면 여론이 뜨거울수록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걸 배운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기사보다 앞서면 언론은 판단자가 되고, 의혹이 유죄처럼 굳어지면 재판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신천지예수교회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갈린다. 본지는 그동안 이 단체의 지역 봉사·사회활동 소식을 사실대로 전해왔는데, 특정 종교를 대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에서 실제 일어난 일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총회장은 지난 6월 24일 정당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고, 나흘 뒤 구속적부심마저 기각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의 실체는 앞으로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가려질 사안이며,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근 여러 사건에서 구속영장 발부·기각을 둘러싼 논쟁이 사건의 실체보다 여론과 정치적 해석에 좌우되는 모습이 반복돼 왔다. 한 사법부 수장급 인사의 구속을 두고도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사법 신뢰가 곤두박질쳤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정당과의 관계가 걸린 이번 사건 역시 정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구속의 필요성 판단은 여론의 온도가 아니라 법적 기준에만 따라야 한다.
구속이 아니면 방치라는 이분법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실무에는 거주지 제한, 전자장치 부착, 보증금 납부 등 조건을 붙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하는 조건부 구속 제도가 이미 논의되고 있다. 신천지 측은 이 총회장이 수사에 협조해 왔고 95세 초고령에 상시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사실 여부는 법원의 판단 대상이지만, 조건부 석방이라는 수단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를 검토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제도의 정상적 운용이다.
조선왕조실록(세종 30년 7월 기록 등)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극심한 더위(염천)로 인해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 목숨을 잃거나 병들지 않도록 가벼운 죄를 지은 이들을 임시로 석방하여 가택에서 염천을 피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인권을 존중한 세종대왕의 긍휼정책이다.
500년이 지난 오늘날 그 시절보다 못한 사법 시스템을 가져서야 되겠는가? 역사는 거울이다.
언론은 사람을 심판하는 곳이 아니고, 법원 역시 여론을 따라가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구속 여부가 정치적 이해관계나 사회적 반감에 좌우될수록, 그 피해는 결국 사법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로 돌아온다.
사법부가 이 총회장의 연령과 건강, 구속의 필요성과 대체수단을 재판 과정에서 세심히 살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특정인에 대한 배려가 아닌, 여론이 아닌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는 사법부의 자기증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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