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박사] 살면 얼마나 더
- 사설/칼럼 / 열린의정뉴스 / 2021-06-03 10: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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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길 박사 |
숨이 차서 허덕거리는 6,25의 전란을 극복하고 우리나라도 차차 경제가 안정되고 좋아지면서 생활환경이 훨씬 좋아진 탓인지 오래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이러다간 ‘노인의 세상’이 되고 말겠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년행락이 언제런가 하노라”라는 시조를 기억하는 내 나이도 어언 94세가 되었으니 할 말이 없다.
“장수의 비결에는 뭐가 있습니까?”라고 간혹 나에게 묻는 이들이 있지만 나의 대답은 한결 같이 “없다”이다. 어떤 이는 아침마다 찰떡을 꿀에 찍어 먹는다 하고 어떤 이는 잣으로 죽을 쑤어 먹는다 하는데 그들에게는 그게 장수에 도움을 주는 것일지 모르지만 나는 장수의 비결을 전혀 가진 것도 없고 미안한 말이지만 오래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없다. 워낙 건강하게 타고 났기 때문에 다행히 큰 병은 치르지 않고 모두가 겪어야 하는 홍역 정도나 겪으면서 나는 오늘에 이르렀다.
장수가 불행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부모가 살아계신데 아들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그런 불효가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가장 슬픈 일이 아들이나 딸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내는 일이라고 들었다. 나의 어머님도 큰 아들이 일제말기 일본 군대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 한 사실을 한평생 가슴 아프게 생각하였다. 옛날 글에 “인명은 재천”이라는 한마디가 있는데 사람은 자기가 원한다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풀이할 수 있겠다. 오래 살려고 과도하게 애를 쓸 필요는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 부모님이 주신 우리의 몸을 잘 돌보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의 일부인데 자기의 목숨을 나라를 위해 버리기로 결심했던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 같은 의인들에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존경을 바칠 것이다. 미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하늘이 정해준 만큼만 살면 되는 것이다. 인생의 이치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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