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도주범 집 수색 못한 경찰…"제도개선 추진"

사회이슈 / 최제구 기자 / 2021-08-30 16:26:06
영장 없어 수색하지 못한 상태서 추가 살인 발생
서울경찰청장 "법적 한계 있지만 경찰권 행사 아쉬워"

▲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의 모습. 2021.8.30 [연합뉴스 제공]

[열린의정뉴스 = 최제구 기자] 성범죄 전과자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의 전자발찌 대상자 수색 권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확한 사건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영장도 없이 수색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경찰이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 피의자 집 5번 찾은 경찰…모두 헛걸음

 

30일 경찰에 따르면 강도 강간·강도 상해 등 전과 14범인 강모(56)씨는 27일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송파구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법무부와 경찰은 곧바로 추적에 들어갔다.

 

경찰은 27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강씨 집을 3차례 방문했다. 이때 강씨 집에는 전날 밤 살해당한 40대 여성의 시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음 날에도 2차례 강씨 집을 찾았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강씨가 살인했다는 사실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그가 집 밖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색에 나서려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한다.

 

경찰이 강씨의 행방을 쫓던 29일 새벽에 그는 50대 여성을 추가 살해했다. 경찰은 강씨가 29일 오전 8시께 자수한 뒤에야 2명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이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은 직후 그의 주거지를 수색해 첫 번째 피해자를 발견하고 수사를 대폭 확대했더라면 두 번째 피해자는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주거지 안에 들어가지 못한 데는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다"면서도 "현장 경찰관들의 좀 더 적극적인 경찰권 행사는 아쉽다"고 말했다.'

 

◇ "경찰 일방적 비판 부당"…경찰, 제도개선 추진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부득이한 경우' 영장 없이도 피의자 집을 수색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

 

제7조는 '경찰관은 위험한 사태가 발생해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인정되면 필요한 한도에서 다른 사람의 건물·차에 출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경찰이 강씨 집을 찾았을 때는 그에게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만 있었다는 것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이런 상황에서 집을 수색하지 않았다고 경찰을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피의자 집에 무리해서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권 침해, 영장 유무 등으로 책임을 물으면 경찰이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범인은 살인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후 영장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최 청장은 "법이 허용하는 경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마련하는 방법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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