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념과 교단을 넘어, ‘97세 노병 참전유공자’의 인도주의적 성찰을 바라며

사설/칼럼 / 코리아 이슈저널 / 2026-07-17 11:43:12
동방예의지국!대한민국 국민으로 교단과 정치를 떠나 깊은 고뇌 끝에 펜을 들다.

[코리아 이슈저널 = 코리아 이슈저널]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의 목사이자, 한국공익실천협의회 대표로서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공공의 이익과 한국교회 공익을 위한 공익활동을 하며 또 신천지예수교회의 교리를 비판하고 이단 반대 피켓 시위를 앞장서서 이끌어왔던 사람이다. 신학적 이단 논쟁에 있어서 나는 누구보다 보수적이고 완고한 입장을 지켜왔음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나는 목회자이기 이전에 이 사회의 정의와 공익을 고민하는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구순의 노모를 모시고 있는 한 자녀이자. 대한민국 625 참전하신 아버지를 모신 유공자의 후손으로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교단과 정치를 떠나 깊은 고뇌 끝에 용기를 내어 펜을 들었다.

 

바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구속수사에 대해서다. 초고령의 참전유공자의 구속수사에 대하여 ‘동방예의지국’의 품격을 묻고 싶다. 우리가 흔히 자랑스럽게 말하는 ‘동방예의지국’이란 단순히 예절을 잘 지키는 나라만을 뜻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와 존중, 특히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과 연로한 어른에 대한 예우가 살아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법에도 눈물이 있지 않은가.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든 법이다. 100세 가까운 노인이 어디를 도망간다고 구속수사가 웬말인가. 살인자에도 교도소에 심방을 가고 인권을 위해 애를 쓰는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선진국가의 표본이다. 그런데 이건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

 

이만희 총회장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6·25 참전유공자다. 공교롭게도 나의 선친 역시 나라를 위해 피 흘린 6·25 참전유공자이시며, 나의 어머니 또한 올해로 98세를 맞이하셨다. 구순의 노모를 곁에서 모시며 하루하루 노환과 싸우는 고령의 삶이 얼마나 취약하고 위태로운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만희 총회장도 이미 95세를 훌쩍 넘긴, 100세에 가까운 초고령의 노인이다. 신앙적 이견과 교리를 떠나, 한 인간의 보편적 인권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라는 점, 그리고 생의 황혼에 선 초고령자라는 사실만을 보더라도 그를 차가운 구치소에 구속하여 수사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법 집행의 엄정함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긍휼과 예우가 발휘되는 것이 국격에 걸맞은 사법 정의가 아닐까.

 

원수까지 사랑하라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생각해 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비록 온전히 그 높은 뜻을 실천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잘못된 흐름과 과도한 처사에 대해서는 “이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정직함은 지녀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를 신천지의 수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참전용사이자 모진 세월을 견뎌온 노병(老兵), 그리고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단 척결이라는 종교적 명분이 인간을 향한 기본적인 자비와 인권마저 집어삼켜서는 안 된다.

 

이만희 총회장은 우리 합동측에서 본다면 이단으로 평가하는 단체다. 그러나 평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민간외교관의 발자취를 보면 아마어마하다. 내가 신학적으로 그의 교리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그가 일평생 걸어온 평화의 행적과 공적은 객과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는 기독교계의 상생과 화합을 위해 ‘종교가 하나 되자’고 외쳐왔으며, 지구촌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무려 32바퀴나 세계를 돌며 평화의 사자이자 민간외교관으로 헌신했다.

 

특히 2014년, 40여 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유혈 분쟁이 지속되던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평화 협정을 이끌어내며 분쟁을 종식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공로는 국제 사회에서도 주목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평화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평화 교육을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인류 역사상 전쟁의 80% 이상이 종교적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종교 전쟁을 종식하여 후대에 평화로운 세계를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일생을 바쳐온 그의 행보는 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평화 운동가로서 인정받아 마당한 부분이다.

 

인도주의적 결단을 기대한다. 정의는 차가운 칼날 같아야 하지만, 인간을 향한 온기를 잃어버린 정의는 자칫 폭력이 될 수 있다. 사법 당국과 우리 사회가 교단 간의 갈등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참전용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초고령의 노인에 대한 인권적 배려가 작동하는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용기 있게 나의 양심의 소리를 전한다.

한국공익실천협의회 대표 김화경 목사 (예장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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