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창간 16주년 맞은 ‘뉴스로’ 로창현 대표

사회이슈 / 최윤옥 기자 / 2026-08-03 13:19:09
한국 언론인 최초‘소수민족 퓰리처상’수상부터 유엔본부 출입기자, 뉴시스 특파원출신

"이념 넘어선 미래 언어‘AI'와‘750만 재외동포', 막힌 남북의 오작교 될 것”
▲뉴스로 로창현 대표 (본인제공) 
[코리아 이슈저널 = 최윤옥 기자] 뉴스로 창간 16주년 맞이한 로창현 대표는 한국 언론인 최초 소수민족 퓰리처상수상부터 유엔본부 출입기자, 뉴시스 특파원출신이다.

강명구 마라토너와의 인연과 4차례의 방북 취재를 바탕으로, AI 기술 활용과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우회로로 제시하며 깊이 있는 평화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본지는 로창현 대표의 달려온 길을 서면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

그의 행적을 핵심을 여섯가지로 꼽는다면,
첫번째로 ‘글로벌웹진’ 뉴스로가 창간 16주년을 맞았다. 로창현 대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2015년 창간 5주년 행사와 2018년 첫 방북 취재를 가장 뜻깊은 순간으로 꼽았다.

▲ 2015년 강명구씨(왼쪽 두번째)가 미대륙횡단에 성공한 직후 열린 뉴스로 창간5주년 파티 로창현대표 (본인제공)


미대륙을 홀로 횡단한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유라시아 대륙 횡단(14개월, 16개국)에 도전할 당시, 뉴스로는 이를 생생히 기록했다. 비록 강 마라토너의 북한 입북은 무산되었으나, 이 인연은 로 대표가 2018~2019년 한국 현역 기자 최초로 4차례 정기 방북 취재를 감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뉴스로가 단순한 매체를 넘어 민족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거점 미디어로 거듭나는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로창현대표가 워싱턴DC에서 소수민족퓰리처상 수상후 힐러리 클린턴의원의 축하받는 모습 (본인제공)


두번째, 로 대표는 1988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03년 뉴욕지사 부임 후 유엔을 통해 남북의 현실을 목도했다. 그는 쓸모없는 정보가 넘쳐나는 현 미디어 시장을 ‘우수마발’에 비유하며, 뉴스로의 정체성을 ‘가치 있는 뉴스’와 ‘차별화’로 정의했다.

그는 칼럼뉴스 & 꼬리뉴스를 통해 세계 100여 명의 필진이 전하는 깊이 있는 시각과 뉴스 뒤의 맥락을 짚는 특화 콘텐츠 운영, 문화유산 지키기 위해 한자 배척으로 인한 문맹을 혁파하고자 주요 단어의 한자 병기 고수하고 있다. 또 글로벌 다각화를 추구하기위해  미 소수계 미디어 통신사(New America Media 등) 콘텐츠 소개를 통한 다양한 시선 제공하고 있다.

▲2018년 평양순안공항 도착후 기념사진 모습 (본인제공) 


세번째, 올초 저서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를 출간한 로 대표는 경직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AI 기술’을 제시한다. 기존의 ‘통일’이나 ‘민족’이라는 대화의 언어가 수명을 다한 상황에서, 이념이 개입할 수 없는 AI야말로 유일한 대화의 손잡이라는 분석이다. “냉전 시절 미·소의 아폴로-소유즈 우주 비행이나 독·불의 석탄철강공동체처럼, AGI 시대를 맞아 ‘함께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둘 다 낙오한다’는 현실적 생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 2026.3.3 워싱턴평통 초청 로창현 통일강연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본인제공) 


또한 독도, 위안부, 고구려·발해사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 남북이 공동으로 교차 검증한 사료를 바탕으로 ‘K-AI’의 표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대국의 패권 논리에 맞서는 ‘초지능 평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네번째, 남북 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현 국면에서 로 대표는 ‘궁즉통(窮則通)’의 역발상을 주문한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으면서도, 2022년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을 제정해 해외동포를 끌어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지정학적 자산으로 전 세계 750만 동포의 77%가 주변 4대 강국(미·중·일·러)에 포진.
오작교 역할로 이중 정체성을 지닌 재외동포와 동포 언론이 북측과 소통하며 문화·비즈니스 교류의 우회로를 형성, 공공외교의 주역으로 나서야 함.

다섯번째, 로 대표는 직접 목격한 평양의 급변하는 실상(전기자전거, 스마트워치, 교통 체증 등)이 국내에 보도되지 못하는 이유로 ‘현장성의 부재’와 ‘국가보안법이라는 제도적 장벽’을 지적했다. 이러한 한계가 결국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북맹(北盲) 현상’을 낳고 정책적 실책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후배 언론인들에게 스스로를 경계를 넘어 날아가는 ‘통일 기러기’라 칭하며, 편견을 버리고 오직 ‘팩트’와 ‘역지사지’의 자세로 북한을 바라보는 ‘통일 저널리즘’으로의 전환을 당부했다.

▲평양 방문때 로동신문앞에서 로창현대표 모습 (본인제공) 


여섯번째, 로 대표는 고(故) 박한식 교수의 사상을 인용,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사람다움’을 꼽았다. 그는 “생물학적 존재인 ‘인간’에 머물지 않고, 도덕적 자각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따뜻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언론과 사회적 실천을 통해 꿈꾸는 세상,” 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로창현 대표와 인터뷰 전문 내용이다.

Q1. 대표님, ‘글로벌웹진뉴스로가 창간 16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뉴욕과 서울을 잇는 작은 다리를 놓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16년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오셨는데,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보람찼던 궤적은 무엇인가요?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순간들이 많네요 20156월 창간 5주년 행사와 201811월 첫 방북 취재에 나선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두 개의 싯점이 특별한 인연의 고리를 만들었기때문이죠 2015년 창간행사에 뉴스로 필진인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참석했는데 그직전에 아시안으로는 사상 처음 미대륙을 조력없이 혼자 힘으로 마라톤횡단에 성공했습니다. 미대륙을 횡단하는 내내 강명구 마라토너는 뉴스로에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과 사진을 보내왔어요 LA를 출발해 마침내 뉴욕 맨하탄에 골인했을 때 현장에서 혹시 다음 도전을 생각하셨다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지요. 하루 40km씩 넉달을 달려온 사람보고 또 다른 도전을 물어봤으니 저도 참 너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명구씨는 5초쯤 생각하더니 유라시아 대륙을 마라톤으로 달리고 싶다고 하지않겠어요. 솔직히 말도 안되는 얘기였지요 미대륙마라톤도 수많은 고비가 있었는데 그 네배나 되고 위험한 지역이 많은 나라를 달려서 오겠다니요. 목숨을 거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강명구씨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각오로 미국영주권까지 반납하고 귀국했어요

 

이후 2년간 남한땅 전역을 종횡으로 달리는 남북평화기원 마라톤을 하며 유라시아횡단 마라톤 준비를 한거죠20179월에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시작한 그의 도전은 14개월만에 16개국을 통과해 중국 단동까지 이어졌습니다. 전무후무한 초인적인 쾌거였습니다. 본래 여정은 중국 단동에서 신의주~평양으로 내려와 휴전선을 지나 서울에 골인하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북측의 허가를 받지 못해 미완으로 남았어요. 어쨌든 그가 목숨을 걸고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는 동안 저도 뭔가 뜻깊은 화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양에서 그를 환영하고 북녘 시민들과 대동강변을 달리는 이벤트를 하는것이었지요. 당시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화해의 분위기가 넘실댔지만 민간영역에서 하는 건 한계가 있더라구요 비록 강명구씨가 입북하지는 못했지만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제가 방북 취재를 하게 되었어요. 뉴스로가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미디어로 거듭 나는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Q2. 뉴스로는 세상의 이면을 꿰뚫는 깊이 있는 <칼럼뉴스>나 기사 그 이상의 맥락을 짚어주는 <꼬리뉴스>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낚시성 기사와 정보 과잉의 시대에 뉴스로가 16년간 고수해 온 저널리즘의 원칙과 매체만의 정체성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계십니까?

 

저는 1988년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했는데 2003년 뉴욕지사 설립을 위해 부임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속의 대한민국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엔을 통해 마주하는 남북의 모습을 대하며 우리 민족의 역사와 미래를 숙고했고 새로운 미디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죠. ‘우수마발(牛溲馬勃)’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어요. 쓸모없고 가치 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죠. 이 세상의 미디어는 우수마발처럼 허다하지만 과연 가치있는 매체는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로는 이 세상의 유의미한 미디어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창간했습니다. 두가지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세웠는데 세계 각지의 100여 필진이 만드는 칼럼뉴스(Column News)’와 뉴스뒤의 뉴스도 소개하는 꼬리뉴스(Tail News)’입니다. 또한 뉴스로는 동이배달한민족의 가림토문자를 원류로 하는 한자를 중국문자로 외면함으로써 우리 문화유산을 배척하고 한자문맹을 자초하는 현실을 혁파하기 위해 주요 글자를 한자로 병기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자를 병기하는 뉴스매체는 뉴스로외엔 없지 않을까요. 이밖에 미국의 1500개 소수계 미디어의 통신사인 New America MediaVoice of New York 의 주요 콘텐츠를 소개함으로써 뉴스의 또다른 시선을 독자들에게 제공해 왔습니다. 저에게 저널리즘의 원칙은 가치있는 뉴스이고 정체성은 바로 차별화입니다.“

 

 

"미래언어인 AI로 남북 물꼬를 트자"

 

Q3. 올 초에 발간하신 저서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에서 "AI는 열린 집단지성이자 남북의 새로운 돌파구"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현재 남북 교류가 완전히 경직된 상황에서, ‘AI’라는 기술이 어떻게 구체적인 우회로나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AI가 평화의 도구라면 아마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실 겁니다. '핫라인도 끊기고 대화가 완전히 막혔는데, AI로 뭘 하겠다는거냐'고 말이지요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진짜 이유는,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써온 '대화의 언어'가 수명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통일'이나 '민족'이라는 말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지금 북은 그 단어들조차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우리를 철저한 '남남'으로 선언했습니다. 이미 고장 난 옛날 언어만 고집해서는 절대로 입을 열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어를 바꿔야 합니다. 이념이 개입할 수 없는 '미래의 언어', 바로 AI 테크놀로지입니다. AI는 이념 자체가 없습니다. 오직 딱 하나만 묻고 답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생존의 문제 앞에서 정치 체제나 선전 구호는 아무 힘을 못 씁니다. AI는 분석하고 답을 낼 뿐이지요. 똑같은 위성 데이터로 미사일을 쏠 수도 있고, 농사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남과 북, 나아가 인류의 미래는 선한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답이 있습니다. 극심한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서로 미사일을 겨누면서도 우주에서는 손을 잡았습니다. 1975년 아폴로-소유즈 공동 우주비행처럼 말이죠. 프랑스와 독일도 석탄과 철강이라는 자원과 기술 협력에서 출발해 오늘의 유럽연합을 만들었습니다.

 

북한은 2035년까지 강국을 만들겠다는 중장기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AGI(범용인공지능) 시대에 과연 혼자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미국도, 중국도 혼자는 불가능한 게 AI 시대입니다. 남과 북은 같은 땅, 코 앞에서 서로를 적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철옹성 장벽을 쌓아도 자연재해와 전염병이 돌면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습니다 지금 구태여 통일을 얘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이 기술을 함께 활용하지 않으면 우리 둘 다 미래에서 낙오한다'는 현실적인 질문만 던지면 됩니다. AI는 당장의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단단히 닫혀버린 남북관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손잡이라는 점만은 확실합니다.”

 

 

Q4. GPT 등 글로벌 AI 플랫폼이 한반도 문제나 남북의 역사·문화를 다룰 때,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학습할 우려도 존재합니다. 이를 방지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K-AI'의 표준을 만들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 정말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셨습니다. AI21세기를 뒤흔드는 신기술이자 인류가 맞이한 커다란 전환점이지만, 아직 '할루시네이션(환각)' 같은 치명적인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신뢰성이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모든 나라는 자국 중심의 역사관을 만듭니다. 순수한 기술적 오류로 잘못된 정보가 남는 경우도 문제지만, 진짜 위험한 것은 강대국들이 패권적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왜곡해 AI에 학습시키는 것입니다.대표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서북공정을 들 수 있습니다. 소수민족의 복종을 유도하고 주변 국가를 압박하며, 먼 훗날 지정학적 위기나 변수가 생겼을 때 흡수통합을 강제할 논리적 명분으로 삼으려는 위험한 밑그림인 것이죠.

 

한민족은 단일한 역사와 강인하고 끈끈한 문화적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여전히 역사적 침탈과 강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그야말로 양날의 칼입니다. 우리가 잘 쓰면 상대를 설득하는 무기가 되지만, 방심하면 우리의 정체성을 베는 칼날이 되어 돌아옵니다. 남과 북의 AI 공조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남북이 함께 AI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민족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합니다.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고구려·발해사 문제 등 민감한 역사적·외교적 사안에 대해 남과 북은 정치와 이념을 떠나 사실상 완전히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주변국이 결코 트집 잡을 수 없는 촘촘하고 정교한 논리적 기반을 남북이 손잡고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은 단 한 번도 타국을 먼저 침략한 적 없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강대국의 논리에 신음하는 세계 수많은 약소국과 피해국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평화의 논리입니다. 남북이 교차 검증한 사료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구축할 'K-AI'는 단순한 기술 모델을 넘어,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초지능 평화 모델'이라는 위대한 명분을 얻게 될 것입니다.이념을 내려놓고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남과 북이 K-AI라는 이름 아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협력의 출발점입니다.”

 

 

"재외동포는 궁즉통의 오작교"

Q5. "남북이 막히면 재외동포가 우회로를 열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워싱턴 등 미주 지역에서 왕성한 강연 활동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중 갈등과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재외동포 언론과 커뮤니티가 공공외교의 주역으로서 할 수 있는 '역발상의 지혜'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말이라는 표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한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지요지금 한머리땅 상황을 보십시오. 남과 북은 지난 80년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이어가지만, 북한 스스로 '동족'이라는 개념마저 지우고 국경을 닫아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바늘구멍 하나 들어갈 틈조차 없어 보이는 역사상 최악의 국면입니다.

 

바로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이 역발상입니다. 고정관념과 익숙한 통념을 뒤집어 판을 새롭게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지요. "남북이 이렇게 막혔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포기할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유리해진 조건은 무엇인가?" 하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그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가 바로 750만 재외동포입니다. 재외동포는 남한의 동포이자 동시에 북한의 동포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한을 향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며 철저히 선을 그었지만, 그에 앞서 2022년에는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을 제정해 재외동포들에게 파격적인 권익 보호와 특권을 약속했습니다. 남한은 민족의 개념에서 배제했을지언정, 해외동포들은 여전히 끌어안아야 할 강력한 동족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오작교'의 기회가 있습니다. 남한과 긴밀한 연고를 맺고 있거나 남한의 문화·예술·비즈니스를 대리할 수 있는 미주 등 해외동포들이 북측 특정 지역이나 단체와 직접 소통하며 새로운 협력 사업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당장 거창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북녘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소통하는 재외동포의 존재 그 자체가, 남과 북을 하나의 민족적 끈으로 엮어주는 강력한 교두보이자 방파제입니다. 남북간 대화가 단절되었을 때, 전 세계에 펼쳐진 재외동포 커뮤니티와 동포 언론은 한반도 평화의 우회로를 뚫어낼 가장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공공외교의 주역입니다.”

 

 

Q6. 재외동포신문방송언론인협회 회장으로서,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언론인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한머리땅의 대전환'에 기여하게 만들 동력은 어디서 찾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 역시 전 세계 현장에서 발로 뛰는 한인 언론인들과 함께 고민해 온 핵심 질문입니다. 재외동포신문방송언론인협회는 2002년 재외동포기자대회를 모태로 매년 봄가을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였고, 2015년 국내외의 전·현직 언론 보도 간부들이 뜻을 모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언어와 문화, 법령의 장벽을 넘어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750 만 동포들에게 동포 미디어는 권익증진과 민족동질성 유지를 위한 삶의 이정표입니다. 특히나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은 동포언론인들의 오랜 사명이기도 합니다. 남북이 유례없는 갈등과 대립으로 꽉 막힌 지금, '한머리땅의 대전환'을 이끌어낼 동력은 '재외동포들이 가진 지정학적·글로벌 역량'에서 나옵니다.

 

21세기의 영토는 지도 위의 국경선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 동포들이 거주하며 경제적·문화적 영향력을 펼치는 공간 자체가 바로 확장된 영토입니다. 미국 내 750만 유태인들이 미국 정·재계를 움직여 조국 이스라엘의 강력한 버팀목이 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우리 민족의 저력 또한 결코 이에 뒤지지 않습니다. 미국 250만 명을 비롯해 중국 184만 명, 일본 96만 명, 러시아 및 CIS 지역 50만 명 등, 전 세계 동포의 무려 77%가 주변 4대 강국에 집결해 있는 세계 유일의 민족이 바로 우리 코리안입니다. 이는 곧 4대 강국의 여론과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우군이 전 세계에 포진해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남한은 K-컬처라는 강력한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고, 북한 역시 오랜 제재 속에서도 자력갱생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주국의 정당한 시민이자 모국의 자랑스러운 동포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지닌 재외동포야말로, 이념의 벽을 넘어 남과 북, 그리고 세계를 연결하는 가장 실질적인 동력입니다이 동포 사회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공공외교의 장을 열어젖히며, 막힌 남북의 물꼬를 트는 여론을 형성하는 일이것이야말로 저희 재외동포 언론인 네트워크가 나아갈 방향이자 '한머리땅 대전환'을 이루어낼 가장 강력한 엔진이라고 확신합니다.

 

 

"왜 북맹이 문제인가"

Q7.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현역 기자 최초로 4차례나 정기 방북 취재를 하셨습니다. 당시 평양에서 직접 보고 느낀 북한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왜 우리 언론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못했다고 보십니까?

 

”201811, 첫 방북 당시 평양 주민들로부터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시내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요. 그런데 불과 석 달 뒤 두 번째 방북길에 올랐을 때, 제 눈으로 직접 목격한 풍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평양 거리의 상징과도 같던 여성 교통보안원들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교통 체증이 심해지고 근무 강도가 세지면서 남성 인력으로 교체되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출퇴근길 체증을 해소하려고 평양 택시의 20%를 지방으로 분산 배치했다는 소식도 들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거리엔 다섯 대 중 한 대꼴로 전기자전거가 달리고 있었고, 주민들의 손목엔 50달러 안팎의 스마트워치가, 귀에는 '귀전화'라 불리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겨우 계절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새 건물이 들어서고, 제도가 바뀌고, 주민들의 생활 문화 자체가 급변하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제가 석 달 만에 다시 가지 않았다면, 첫 방북 때의 기억만 가지고 과거의 이야기를 최근 소식인 양 전달하고 있었을 겁니다. '최소한 계절에 한 번은 북녘에 오지 않으면 기자로서 직무유기겠구나' 하는 강력한 각성이 들었고, 그것이 그해 3, 4차 연속 방북 취재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언론이나 사회에는 이런 북한의 실상이 제대로 보도되지 못할까요? 저는 두 가지 결정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첫째는 현장성의 부재입니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주민들과 대화하며 변화의 속도를 체감하지 못한 채, 과거의 틀이나 간접 정보에만 의존해 분석하다 보니 생생한 실상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입니다둘째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제도적 장벽입니다. 북한의 변화된 현실을 그대로 알아가고 취재하려는 시도 자체를 위법이나 찬양·고무로 몰아세우는 사회적·법적 제약이 자유로운 보도와 취재를 위축시켜 왔습니다.

 

결국 이러한 한계들이 모여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북맹(北盲)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북한의 실제 모습과 역동적인 변화를 무시한 채 과거의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것은 남북 관계를 왜곡시키고, 정책적 실책을 낳으며, 자칫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위험까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를 지키고자하는 법이 국가안보를 흔들어선 안되지 않겠습니까. 팩트에 기반한 진짜 북한의 모습을 전달하는 일이야말로 남북 간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평화의 물꼬를 트는 언론의 가장 본질적인 책무라고 확신합니다.“

 

 

Q8. 2006년 한국 언론인 최초 소수민족 퓰리처상수상부터 유엔본부 출입기자, 뉴시스 특파원까지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스스로를 '통일 기러기'라 명명하게 된 계기와, 후배 언론인들이 가져야 할 '분단 저널리즘'의 태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38년 기자생활을 하며 과분한 상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로 하여금 언론인의 진정한 소명을 갖게 한 것은 방북 취재였습니다. 첫 방북 당시 중국 심양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려항공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착잡한 감회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서울에서 코 앞의 평양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먼 심양을 경유하여 다시 남쪽 평양으로 날아가는 분단의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팠습니다. 두루미()가 그려진 북한 국적기 창밖을 바라보며, 남한의 기자인 제 모습이 마치 경계를 넘어 날아가는 기러기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때부터 저는 스스로를 통일 기러기라 자처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기자다운 기자가 사라지면서 기레기라는 오명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기왕이면 우리 후배 기자들이 이념과 경계를 뛰어넘어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앞장서는 자긍심 높은 통일 기러기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북 관계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습니다. “(남한과 미국은) 우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겁니다. 북한이 꿈꾸는 미래는 그냥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 강국입니다. 북한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혁·개방의 길로 유도하겠다는 생각은 두발은 대지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려는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발상입니다.

 

북한은 수십년간 엄혹한 경제제재와 외교고립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59개국과 수교(한국은 194개국)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비정상국가로 조롱하기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세우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분단저널리즘을 통일저널리즘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북을 오직 팩트로 판단하는겁니다.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들여다 보세요. 장담하건대 난마처럼 얽힌 매듭이 거짓말처럼 풀리고 해답이 나올 것입니다.“

 

 

Q9.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자문위원 등 언론 영역 밖에서도 사회적 실천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로창현대표님의 삶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군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간과 사람의 차이를 아시나요. 하나는 한자어, 하나는 순우리말입니다. 본래 인간(人間)'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의미였지만 근대에 ‘Human Being'이라는 영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존재가 가미된 새로운 개념어가 되었습니다. 뒤늦게 생긴 탓일까요.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거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 낮잡아 부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저 인간 언제 사람이 될까라는 말처럼요.

 

반면 사람은 개별적인 인격체, 그리고 '도덕적인 품성'을 가진 존재를 뜻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저 사람 참 따뜻해하면 뭔가 넉넉한 품성이 느껴지니까요. 세계적인 통일평화학자 박한식(1939-2026) 교수님은 인간과 사람의 개념을 엄격히 구분한 대표적인 분입니다. 생물학적인 존재인 인간이 도덕적 실천을 통해 존엄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인간은 본능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지만 사람은 도덕적 자각을 하고 평화와 존엄성을 실천하는 주체입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관계 속에서 존중을 이끌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사람'이 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되어가는 것이죠. 저는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를 사람다움에 둡니다. 그럼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제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로 대표는 이념에 갇힌 통일 담론을 현장 팩트와 AI·동포 네트워크라는 미래 지향적 실용주의로 재정의하는, 고집스럽고 치밀한 '현장형 저널리스트'의 깊이가  확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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