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숙 부산광역시의원, “40계단, 새 이름보다 그 이름에 담긴 역사를 더 알려야”

지방 · 의회 / 김태훈 기자 / 2026-08-10 19:07:19
‘40계단 닉네임 공모전’ 취지는 이해하지만… ‘새로운 이름’ 강조가 역사적 장소의 정체성 희석할 우려 [20260810172210-3141][코리아 이슈저널=김태훈 기자] 부산광역시의회 남명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최근 부산 중구 40계단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40계단 닉네임 공모전’과 관련해, 역사적 장소의 명칭을 관광 활성화의 수단으로 새롭게 브랜딩하기에 앞서 그 명칭이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40계단의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닉네임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기존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 ‘닉네임 공모’이지만, 남명숙 의원은 ‘새로운 이름’이라는 표현 자체가 자칫 40계단이라는 기존 명칭을 과거의 것으로 규정하거나 대체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 의원은 특히 “40계단은 단순히 오래된 계단이나 관광지의 이름이 아니다”며 “한국전쟁 당시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이 부산항에서 일터로 나가고 산복도로의 판자촌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르내렸던 삶의 길이었고, 헤어진 가족을 기다리고 만나는 장소이자 생계를 이어가던 공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산시와 중구의 관광·역사자료에서도 40계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장소로 소개되고 있다.
부산 중구는 40계단을 피란민들이 오르내리던 길이자 애환이 서린 곳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부산시 관광자료 역시 피란시절 40계단이 부산항 부두와 고지대 판자촌을 잇는 길목이면서 가족의 상봉 장소와 장터 역할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부산시의 ‘부산미래유산’ 자료에서도 40계단은 실향민의 슬픔과 외로움, 굶주림뿐 아니라 약속과 만남의 기억을 간직한 장소로, 후손에게 남겨줄 가치가 있는 역사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 의원은 “이러한 공간은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비로소 관광자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40계단’이라는 오래된 이름 자체에 켜켜이 쌓여 있는 시민의 기억과 이야기가 곧 가장 강력한 관광 브랜드”라며 “역사적 장소를 새롭게 보이게 하는 것과 역사적 장소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 의원은 관광객과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 방식은 이름을 대신 만드는 것보다는 40계단에 담긴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과 40계단을 둘러싼 구술자료 발굴 ▲부산항과 산복도로를 연결하는 관광상품의 연계 ▲사진·음성·영상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세대별 체험 콘텐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국어 역사해설 등 ‘40계단이라는 이름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콘텐츠’ 개발에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구가 운영하는 40계단문화관 역시 현재 40계단의 형성 배경과 피란민들의 주거·생활·문화예술 활동, 전쟁 당시 여성과 어린이들의 삶 등을 전시하면서 이 공간을 한국전쟁의 역사와 기억을 보존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남 의원은 새로운 닉네임이나 브랜드가 각종 안내시설, 홍보물, 조형물, 행사 및 후속 콘텐츠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사업의 필요성과 목적, 소요예산, 기존 명칭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우리가 40계단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계단이 오래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을 오르내렸던 사람들의 삶과 부산의 역사가 그 이름 안에 살아 있기 때문”이라며 “역사적 자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관광을 위해 역사를 새롭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가 관광객의 마음에 오래 남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덧붙여 남 의원은 “‘40계단의 새로운 이름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전에 ‘40계단에 담긴 이야기를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리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며, “닉네임을 새롭게 찾는 것보다 원래 그 이름에 담긴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부산을 찾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기억하고 다시 찾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관광콘텐츠이자 지역브랜딩”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남명숙 의원은 “40계단은 부산의 역사와 시민의 기억을 담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부산시와 중구가 역사적 명칭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스토리텔링과 콘텐츠를 통해 40계단의 역사성을 더욱 빛내는 정책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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