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9기 제주도정, 시민사회와 ‘정례 대화’ 물꼬

강원/제주 / 김태훈 기자 / 2026-08-21 17:35:13
21일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사전 의제 없는 90분 공개토론
▲ 제주특별자치도-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간담회

[코리아 이슈저널=김태훈 기자] 제주도정과 시민사회가 주요 현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상설 소통 창구가 마련된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1일 도청 탐라홀에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간담회를 갖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민선 9기 출범 50여 일을 맞아 도정 운영 방향과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위 지사가 직접 제안한 자리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90분간 사전에 정해진 의제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홍영철 상임공동대표 등 연대회의 측이 분야별 현안을 제기하면 위 지사가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위 지사는 인사말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우리 사회에서 소중한 존재”라며 “여러분의 따끔한 충고와 정책 제안을 겸허하고 객관적으로 하나하나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영철 상임공동대표는 “도정이 무엇보다 먼저 세워야 할 것은 도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라며 “지역의 갈등을 사전 공론화를 통해 풀어가는 방식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제주도가 소유한 자연자산부터 우선 보전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였다. 연대회의는 도유지 곶자왈을 개발에서 배제해 보전자산으로 관리할 것과 해발 300m 이상 중산간 지역을 개발 제한 구역으로 일원화할 것을 건의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의 특성에 맞춰 해양환경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제주도는 매입한 곶자왈을 보전형 재산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개발이 어려운 도유지 곶자왈은 실태를 파악해 다른 부서 소유분까지 보전형 재산으로 전환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중산간에 대해서는 보호를 원칙으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위 지사는 “중산간 관리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점검하겠다”며 “기본적으로 보호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장기 현안과 미래산업을 둘러싼 논의도 오갔다. 연대회의는 제2공항 갈등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할 것과 데이터센터 건립을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신중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알뜨르 평화대공원 조성 역시 도민·시민사회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 지사는 제2공항 갈등은 소통 부서를 중심으로 준비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민간협력기구가 구성되면 이를 통해 도민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신중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공항·항만에 준하는 사회 기반시설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함께 내놓았다.

위 지사는 “가치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의견도 충분히 듣고 함께 머리를 맞대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생태법인 도입은 이동하지 않는 고정 자산을 중심으로 도민 공감대를 우선 형성해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4·3의 기억을 미래 세대로 잇고 구조적 차별을 제도로 개선하자는 제안도 잇따랐다. 연대회의는 4·3 유적지 관리 인력과 해설사 확충, 유적지 안내 온라인 플랫폼 마련, 4·3 예술사업의 안정적 지원 확대를 건의했다.

제주도는 무단 설치된 왜곡 표지석을 자문단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580여 개 유적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4·3 예술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체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위 지사는 4·3 80주년을 앞두고 관련 기구를 조기에 구성해 내년도 예산에 준비 사업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성평등 분야에서는 도지사 직속 인권 전담 조직 신설, 인공지능(AI) 전환 과정의 정보 편향을 감시할 거버넌스에 젠더·인권 전문가 참여, 낮은 여성 이장 비율 개선을 요청했다.

도는 마을 향약을 분석해 개정 공고를 통해 적극 행정에 나서고, 여성 이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인공지능(AI) 거버넌스에 젠더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주민자치 조례에 주민 참여를 넓히는 방안과 휴직·병가에 대응하는 대체인력 지원센터 도입 요청도 함께 논의됐다.

도민 신뢰를 위한 청렴·투명행정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연대회의는 청렴협약 이행과 수의계약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당부했다.

위 지사는 청렴협약을 공직자와 함께 공유해 실천하고, 수의계약 정보를 가공해 주기적으로 공표하면서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칭다오 항로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간 협약에 준하는 사안인 만큼 협약 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도민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행정체제 개편은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해소해야 할 과제로 보되 제2공항 문제를 정리한 뒤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증산과 관련해서는 원칙을 정해 일원화하겠다고 답했다.

위 지사는 간담회를 마치며 도정 운영에 대한 시민 참여 방안, 저임금·비정규직 구조 개선, 환경과 개발의 조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등을 시민사회와 함께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서면으로 제안받고, 앞으로 주제별로 나눠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위 지사는 “불편하더라도 자꾸 만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비판하고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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