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인사권 충돌 일단락…감사위원 '한명씩' 나눠가져

중앙정부 · 국회 / 김태훈 기자 / 2022-04-15 18:03:17
靑 출신 이남구 임명에도…尹측 '4대3 구도 아니다' 판단한 듯

실무협의로 절충점 찾아…"충분히 협의한 인사" 양측 한목소리

'산업부 블랙리스트' 검찰 수사 등 뇌관도 남아

▲ 최재해 감사원장은 15일 신임 감사위원에 이남구 감사원 제2사무차장(왼쪽)과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이날 이남구·이미현 내정자는 지난 3월 퇴임한 손창동·강민아 전 감사위원의 후임이다.2022.4.15 [연합뉴스 자료사진]

[열린의정뉴스 = 김태훈 기자] 대선 이후 정국을 얼어붙게 했던 신·구 권력 간 인사권 충돌이 15일 일단락됐다.

 

이남구·이미현 감사원 감사위원 내정자, 김필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의 인사가 동시에 발표되면서다.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혔던 감사원 감사위원의 경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이남구 위원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학 동기 이미현 위원이 나란히 임명되는 등 한 자리씩을 나눠서 차지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은 모양새다.'

 

앞서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은 지난 3월 대선 이후 원활한 정권이양을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이 때 '집무실 이전' 문제와 더불어 양측이 가장 크게 부딪힌 사안이 인사권 문제였다.

 

윤 당선인 측은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공석 2자리, 중앙선관위 위원 등의 인사를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법으로 보장된 인사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이 자리들 중 가장 첨예한 대립이 벌어졌던 게 감사원 감사위원 2자리였다.

 

감사원의 의사결정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총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전까지는 5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갈등이 길어지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4명 이상으로 구성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에 제동을 걸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과거 기자들을 만나 "(5명의 현직) 감사위원들 가운데 3명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성향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지목했던 사람은 문 대통령이 지명한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문 대통령과 검찰개혁 저서를 공동 집필한 김인회 위원, 이낙연 총리 시절 국정운영실장을 지낸 임찬우 위원 등 3명인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두 명은 감사원 내부 인사인 유희상 위원, 검사 출신인 조은석 감사위원이다.

 

결국 한 명만 더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임명된다면, 7인의 감사위원 중 4명 이상이 '문재인 정부 우호파'가 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감사위원 7인의 인적 구성을) 4대 3으로 만들고 나가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어떤 감사가 진행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날 인수위가 청와대 출신인 이남구 감사위원 임명을 사실상 수용한 데에는 이 위원이 합류하더라도 감사위원 내부에 '4대3'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사원의 경우 최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와 관련해 피감기관의 비협조가 있었다는 의견을 밝히거나 시민단체 비위 감사방안을 보고하는 등 새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최재해 원장을 '문재인 정부 우호파'로 분류하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만일 최 원장을 '중립파' 혹은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 반대파'로 본다면, 7인의 감사위원 가운데 '문재인 정부 우호파'는 김인회 위원, 임찬우 위원, 이남구 위원 등 3명에 그치게 된다.

 

결국 이처럼 감사위원 내부 정치지형에 대한 윤 당선인 측의 판단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각자가 한명씩 추천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문 대통령이 추천권을 가진 선관위 위원에 김필곤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것까지 포함해 합의점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전격 만찬회동을 하면서 양측 사이에도 '인사 문제를 잘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김필곤 '법무법인 오늘' 대표변호사가 낙점되면서 한은 총재 - 감사위원 - 선관위원으로 이어졌던 신·구 권력의 인사 갈등도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모양새다.

 

양측에서도 이번 인사를 둘러싼 갈등은 없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지난달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청와대 상춘재 만찬 이후 인사 등에 대해 양측이 실무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역시 기자들에게 "청와대와 충분히 협의한 인사다. 이제 갈등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남구 위원 임명에 대해서도 "어차피 감사위원 한 분은 관례상 내부에서 승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추천이 된 것"이라며 문제없는 인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인사 문제든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든 청와대와의 갈등은 없다고 계속 얘기를 했는데도 (언론이) 안 믿은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인사문제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정부 부처 산하기관장들이 부당한 방식으로 퇴출당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어 언제든 갈등 재점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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