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 끝을 예견한다
- 사설/칼럼 / 코리아 이슈저널 / 2026-07-27 22:53:09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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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리스트. (사)한국언론사협회 회장 주동담 |
“사궁세축지인(事窮勢蹙之人)은 당원기초심(當原其初心)하며, 공성행만지사(功成行滿之士)는 요관기말로(要觀其末路)니라.”
일이 막히고 형세가 궁지에 몰린 사람은 마땅히 처음 마음먹었던 그 뜻을 되돌아보아야 하고, 공을 이루어 만족한 자는 반드시 그 일의 마지막이 어떠할지를 미리 예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수양에 그치는 잠언이 아니다. 권력을 쥐고 정국을 주도하는 위정자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정치적 경륜의 핵심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는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른바 ‘조작 기소 특검법안’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필자는 우리 정치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권력분립의 원칙을 망각한 채 ‘공성행만’의 오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민주당이 발의한 이번 특검법은 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법안의 요체는 현재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받는 대통령의 12개 사건을 특검이 재수사하게 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특검이 사실상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법적 발상이다.
가장 시급히 짚어야 할 지점은 조사의 범위와 절차적 정당성이다. 본래 특검의 근거가 된 국정조사는 대장동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7개 사안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이번 특검법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 경기도지사 시절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국정조사 범위 밖의 5개 사건이 슬그머니 추가되었다.
이는 국정조사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끼워 넣기식’ 입법이자, 특정 개인을 비호하기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 치명적인 결함은 사법권의 독립 침해에 있다. 이미 사법부의 판단 영역에 들어간 재판 중인 사건을 별도의 특검이 가져가 ‘수사’라는 명목하에 공소를 취소하거나 사건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법원의 재판권을 입법부가 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조작 기소’라는 프레임은 법정 내에서 증거와 법리로 다투어야 할 문제지, 국회의 머릿수라는 정치적 위력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다수결 원칙이 소수의 횡포로 변질될 때,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닌 ‘법을 이용한 지배’로 타락하게 된다.
이 같은 우려는 비단 보수 진영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한때 검찰 개혁의 동반자였던 진보 정당 정의당조차 이번 특검법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의당은 성명을 통해 “입법 권력이 특정인을 엄호할 목적으로 법을 남용하고 사법 절차를 뒤흔들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는 이번 법안이 진보와 보수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정의와 상식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민주당의 무리수가 오히려 상대 진영에 정치적 호재를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여론의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 중 그 누구도 정치적 논리로 급조된 특검이 사법부를 대신해 유무죄를 가리는 것을 ‘개혁’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사법 체계에 대한 ‘파괴’이며, 민주적 절차의 ‘사유화’일 뿐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채근담』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 국회 과반 의석이라는 ‘성공’에 도취하여 휘두르는 입법권이 어떤 ‘말로’를 맞이할지 예견해야 한다.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법 정의라는 보루를 무너뜨린다면, 그 결과는 단순한 선거의 패배를 넘어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역사적 정당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비판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지금이라도 입법 만능주의의 덫에서 벗어나 헌법 정신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 만족한 자가 끝을 생각하지 않을 때, 그 끝은 반드시 파국으로 귀결된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칼럼리스트. (사)한국언론사협회 회장, (사)선거공약검증시민기자단 총재 주동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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